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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울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노는 걸 보면 "그냥 꾀병인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제 첫째도 영아 때부터 이런 패턴이 반복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절대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신호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만 6세 이하 아이에게 복통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한 번쯤은 장중첩증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셔야 합니다.
장중첩증, 도대체 어떤 병인가요?
아이 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한번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장중첩증(Intussusception)이란, 소장이 대장 안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장이 막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얇은 호스가 굵은 호스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장의 일부가 다른 장 속으로 접혀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혈액 공급이 차단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장 조직이 괴사할 위험이 높아집니다.
이 질환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멀쩡히 잘 놀던 아이에게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점입니다. 호발 연령, 즉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이대는 생후 5개월에서 만 6세 사이이며, 그 중에서도 만 2세 미만에서 가장 자주 발생합니다. 제 첫째가 딱 이 시기에 반복적인 복통을 겪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증상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10~20분 간격으로 아이가 발작적으로 울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정되는 주기적 복통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지속되면 혈변, 즉 피가 섞인 대변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마지막 단계가 처짐인데, 이는 아이가 불러도 반응이 없고 축 늘어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신호가 바로 이 처짐입니다. 세 가지가 모두 나타났다면 이미 상당 시간이 경과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진단은 엑스레이나 혈액 검사로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반드시 복부 초음파(Abdominal Ultrasound)를 통해야만 합니다. 복부 초음파란 음파를 이용해 복부 장기의 형태와 이상 유무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저도 첫째를 데리고 병원을 갈 때마다 초음파를 꼭 요청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매번 이상 소견은 없었지만, 그 긴장감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아래 세 가지 핵심 증상을 반드시 기억해 두십시오.
- 주기적 복통: 10~20분 간격으로 극심하게 아팠다가 괜찮아지는 패턴이 반복됨
- 혈변: 복통이 반나절 이상 지속된 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 시작함
- 처짐: 아이가 축 늘어져 반응이 없는 상태로, 가장 위급한 단계에 해당함
또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장중첩증이 장염과 증상이 비슷해 오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구토와 복통, 처짐은 장염에서도 흔히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도 장염이 의심될 때 주기적 복통 패턴이 있다면, 장중첩증을 먼저 초음파로 배제한 뒤 장염 진단을 내리는 것이 안전한 접근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출처: 미국소아과학회 AAP).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이가 토하고 배 아파한다고 해서 무조건 장염이라고 단정짓기보다는, 통증 패턴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처짐 증상이 보이면 이미 늦습니다, 응급실로 가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아이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동네 소아과로 가면 될까요, 아니면 응급실로 가야 할까요? 저도 이 질문을 여러 번 스스로에게 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주기적 복통과 혈변이 함께 나타났다면 고민할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응급실입니다.
이유는 시간에 있습니다. 장이 말려 들어간 상태가 24~48시간을 넘기면 아이가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짧은 시간입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하고, 의사가 진찰하고, 초음파를 찍고 판단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니 증상이 시작된 지 한나절이 지났다면, 가능하면 24시간 이내에 진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공기 정복(Air Reduction)이라는 시술입니다. 공기 정복이란 항문을 통해 관을 삽입하고 공기를 주입해 말려 들어간 장을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방법입니다. 성공하면 수술 없이 해결되지만, 장이 너무 오래 꼬여 있었거나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Perforation)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시술이기도 합니다. 천공이란 장벽이 뚫려 내부 내용물이 복강으로 새어나오는 상태로,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입니다.
공기 정복이 실패하면 바로 수술에 들어갑니다. 수술 중 장을 당겨 펴거나, 괴사된 부위를 절제하는 장 절제술을 시행하게 됩니다. 실제로 공기 정복으로 풀었던 아이들 중 일부는 재발하는 경우도 있어, 재발이 반복될 경우 수술을 고려하기도 합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WHO).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장이 꼬이는 경우, 복통 없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냥 축 처져 있는 상태로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가장 무서워했던 시나리오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이를 아침에 깨웠을 때 유독 기운이 없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느리다면, 그날 바로 병원에 데려가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솔직히 이건 과민 반응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설마 별거 아니겠지" 하고 넘어갔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원인에 대해서도 짚어 두겠습니다. 현재까지도 장중첩증의 원인은 대부분 불명확합니다.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이나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 후 발생했다는 연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확정된 원인이 아닌 추정 수준입니다. 일부 소수에서는 장 내 림프종이나 메켈게실(Meckel's Diverticulum)이 기점이 되어 장이 말려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메켈게실이란 태아기 장의 일부가 완전히 퇴화되지 않고 남은 선천성 구조물을 말합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예방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부모가 증상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장중첩증을 의심해야 하나요?
A. 모든 복통이 장중첩증은 아닙니다. 핵심은 '패턴'입니다. 10~20분 간격으로 극심하게 아팠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지는 주기적 복통이 반복될 때 의심해야 합니다. 단순히 한 번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 패턴이 반나절 이상 계속된다면 응급실 방문을 고려하십시오.
Q. 장중첩증은 혈액 검사나 엑스레이로 발견할 수 있나요?
A. 엑스레이나 혈액 검사로는 장중첩증을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복부 초음파를 통해야만 장이 말려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응급실에 가거나, 초음파 장비가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방문하는 것이 맞는 방향입니다.
Q. 한 번 장중첩증을 겪은 아이는 다시 재발할 수도 있나요?
A. 네, 재발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공기 정복 시술로 풀었던 경우 재발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재발이 반복될 경우 수술적 치료를 검토하게 되며, 장 절제술을 시행하면 재발률이 0%에 가깝습니다. 한 번이라도 진단을 받은 아이는 이후에도 유사 증상이 나타나면 빠르게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장중첩증을 장염이랑 어떻게 구별하나요?
A. 가장 중요한 구별 포인트는 복통의 '주기성'입니다. 장염은 지속적으로 불편한 반면, 장중첩증은 아팠다가 완전히 괜찮아지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평소에 매일 정상적으로 배변을 하던 아이에게 갑자기 주기적 복통이 생겼다면, 장염보다 장중첩증을 먼저 초음파로 배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네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절실히 느낀 건, 아이마다 약한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분야별로 기본 의료 지식을 미리 머릿속에 넣어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중첩증은 예방이 불가능하고,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이 증상을 미리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가 아이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습니다.
주기적 복통, 혈변, 처짐. 이 세 가지 키워드만큼은 꼭 기억해 두셨으면 합니다. 의심이 된다면 집에서 기다리지 마시고, 초음파 장비가 있는 소아청소년과나 응급실로 바로 가십시오. 제가 첫째를 키우면서 느꼈던 그 아찔한 긴장감을, 다른 부모님들은 겪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님을 오늘도 다시 한번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