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가 6개월쯤 됐을 때였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침대에 잠깐 앉혀 둔 채 로션을 가지러 딱 한 발자국 움직이는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아기가 머리부터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순간의 공포는 지금 생각해도 손이 떨립니다. 아이 낙상은 정말 한 순간입니다. 당황하지 않고 제대로 된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아이를 지키는 방법임을 그때 뼈저리게 배웠습니다.외상 확인: 찢어졌으면 병원, 멍이면 냉찜질부터첫째가 6개월 때도 병원 진료실 침대에서 그냥 굴러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저 아기를 번쩍 안고 울음을 달래는 데 급급했는데, 나중에 돌이켜 보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침착하게 외상(外傷), 즉 피부 겉면의 손상 여부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었습니다.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머리가 몸 전체 무게에서..
턱이 부었다고 다 볼거리일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넷째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한쪽 턱이 퉁퉁 부어 있던 날, 순간 '혹시 볼거리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볼거리가 아니었고, 침샘염이라는 전혀 다른 진단이 나왔습니다. 볼거리와 침샘염은 비슷해 보이지만 원인도, 위험도도, 대응 방식도 전혀 다릅니다.볼거리와 침샘염, 어떻게 다른가침샘염(唾液腺炎)이란, 말 그대로 침을 만들어내는 침샘에 염증이 생긴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귀 밑이나 턱 아래쪽이 갑자기 부어오르고 눌렀을 때 아프다면, 그 부위에 있는 침샘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중요한 건 침샘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인데, 크게 볼거리 바이러스에 의한 것과 일반 잡균에 의한 것으로 나뉩니다.볼거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첫째 아이가 감기를 달고 살던 시절, 동네 소아과를 한 달 넘게 다녀도 낫질 않아서 결국 소개받은 병원에 갔더니 첫 진료에서 바로 중이염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처방받아 온 약과 전혀 다른 처방이 나왔고, 며칠 만에 아이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왜 감기가 이렇게 오래 가나 싶었는데, 문제는 귀에 있었습니다.왜 우리 아이만 감기가 중이염으로 번질까 — 구조적 원인중이염(中耳炎)이란 귀의 가운데 공간인 중이(中耳)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단순히 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코와 귀를 연결하는 이관(耳管)을 통해 코 안의 염증이 귀 쪽으로 번지면서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 감기의 합병증인 셈입니다.어른의 이관은 코와 귀 사이를 S자 형태로 구불구불 연결하고 있습니..
셋째 아이가 7살이 되던 해 밤, 불을 끄고 누웠을 때 "엄마, 눈에 무지개가 보여"라고 했습니다. 장난기 없는 아이였기에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서둘러 소아 안과 검진을 잘 해주는 곳을 찾아갔고, 거기서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조금 늦게 오셨네요." 그 한마디가 지금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검진 시기를 놓치면 생기는 일저희 집에는 안경을 쓰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네 아이 중 누가 시력 문제를 겪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영유아 건강검진 일정도 한 번 지나쳐 버렸고, 그냥 '뭐 괜찮겠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아이들의 시기능(視機能), 즉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기능은 생후 6개월까지 폭발적으로 ..
아이가 열이 날 때 두 시간마다 타이레놀과 부루펜을 번갈아 먹이는 게 맞다고 굳게 믿었는데, 알고 보니 그 방법이 이미 바뀐 지 꽤 됐습니다. 넷째 아이 때 소아과에서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17년 동안 네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쌓인 제 '해열제 상식'이 통째로 흔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38도가 복용기준입니다 — 37.5도에 해열제 먹이면 안 됩니다첫째를 키울 때 저는 아이 이마가 조금만 뜨거워도 체온계부터 꺼냈습니다. 37.5도만 넘어도 불안해서 해열제를 먹이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직접 찾아보고 의사 선생님께 여러 번 물어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37.5도는 의학적으로 열이 아닙니다.소아과학 교과서 기준으로 열(발열)이란 체온 38.0도 이상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발열..
첫째 아이가 8개월 때였습니다. 잠깐 아몬드를 만지고 논 것뿐인데 손가락이 순식간에 소시지처럼 부어올랐고, 저는 아이를 안고 소아과로 뛰어갔습니다. 두드러기가 그렇게 빠르게, 그렇게 무섭게 나타날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그 뒤로 네 아이를 키우면서 두드러기는 저한테 꽤 익숙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방법, 경험으로 쌓은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원인과 증상 —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이유소아과에서 "아까까지 분명히 있었는데 지금은 안 보여요"라고 말하는 부모가 꽤 많다고 합니다. 저도 딱 그 상황을 겪어봤습니다. 두드러기는 수십 분에서 몇 시간 안에 생겼다가 사라지고, 또 다른 부위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 곳에서 24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두드러기가 아닌 다른 질환..
요로감염(UTI)은 영유아에게 세균성 감염 중 두 번째로 흔한 질환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몰라서 다행이었다'가 아니라, 6개월짜리 막내가 40도 고열로 응급실에 실려 가던 날에야 온몸으로 배웠습니다.예방법,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달랐습니다일반적으로 요로감염은 위생만 잘 챙기면 예방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반쪽짜리 정보입니다. 위생은 분명 중요하지만, 정작 놓치기 쉬운 부분은 '수분 섭취량'과 '소변을 참는 습관'이었습니다.요로감염(Urinary Tract Infection, UTI)이란 요도를 통해 세균이 역방향으로 올라가 방광이나 신장까지 침범하는 감염 질환입니다. 여아는 요도 길이가 남아보다 짧아 세균이 방광까지 도달하기 쉬운 구조이고, 그래서 돌 ..
첫 아이가 100일도 되기 전에 발을 비비며 긁기 시작했을 때, 저는 그게 뭔지도 몰랐습니다.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은 두 돌 이전 영아의 유병률이 약 20%에 달할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막상 내 아이 이야기가 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겪고, 데이터를 뒤지고, 전문가 설명을 들으며 정리한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증상 진단 — 태열인지 아토피인지, 어떻게 알아보나솔직히 처음엔 그냥 태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뺨이 빨갛고 거칠어지는 건 신생아에게 흔하다고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잠에서 깨지도 않은 채로 발을 발에 비비는 걸 보고 나서야 뭔가 다르다는 걸 직감했습니다.돌 전 아기에게 아토피 피부염이 주로 나타나는 부위는 뺨과 배, 그리고 다리의 펴지는 쪽..
아이 변비를 낫게 하려고 했던 그 모든 행동이, 사실은 변비를 더 악화시켰을 수 있다고 하면 믿어지시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 말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둘째가 4살 때 일주일 가까이 변을 못 보다가 결국 외출 중에 바지에 그대로 나와버린 그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때 저는 몰랐습니다. 제가 도우려 했던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트라우마: 변비는 장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의 문제입니다소아 변비가 어른 변비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른은 변이 나와야 통증이 사라지지만, 아이는 정반대입니다. 이유식을 시작하는 생후 6개월에서 돌 사이, 변이 딱딱해지면서 배변 시 항문 열상(肛門 裂傷)이 생깁니다. 항문 열상이란 딱딱한 변이 나오면서 항문 주변 점막이 찢어지..
소아 장염의 80% 이상은 음식이 아닌 바이러스 접촉 감염이 원인입니다. 첫째가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저도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침대 위에 저녁밥을 통째로 토해냈던 그 밤, 저는 반사적으로 "오늘 유치원에서 뭘 먹었지?"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방향이 완전히 틀렸던 거죠. 네 아이를 키우면서 장염을 수십 번 겪은 뒤에야, 원인을 제대로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장염의 감염 경로, 음식보다 접촉이 문제였습니다장염(腸炎)이란 말 그대로 장(腸)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뜻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염증의 원인이 대부분 바이러스·세균·기생충 같은 병원체의 감염이라는 점입니다. 감기 바이러스가 비말로 퍼지듯, 장염 바이러스도 잠복기를 거쳐 증상을 터뜨린 뒤 서서히 회복되는 패턴..

